top of page
  • JB

나를 믿어준 사람


의미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가끔 생각해보곤 합니다.


나 자신을 믿는다 
누군가를 믿는다

믿음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고  그 책임은 오롯이 나 자신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믿음’이 ‘무책임하게 의존하다’는 의미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 ‘남을 믿는다’는 생각은 자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어쩌면 제게 있어 ‘믿는다’는 건,  ‘의지한다’ 의미도 내포되어 있나 봅니다. 



 

믿음을 준 사람

남에 대해 장점을 위주로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되 , 믿지는 말자 생각하며 살아온 제가 어느 날 문득 나를 믿어준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나를 믿어준다’고 제가 인지한 사람들이 되겠습니다. 



의외로 이 사람들의 숫자는 많지 않으며, 쉽게 더해지지 않습니다.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이 분들에 대한 감사함이 날로 더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지도 교수님


그는 20대 대학시절부터 물리학과의 천재로 불리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국 유학  박사학위 및 해외 기업 근무 후, 같은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신 저에겐 (학번 상) 멀고 먼 대학교 선배님이시기도 합니다. 

재학 중이던 ‘디지털미디어’ 공학이라는 학제 특성 상, 대학원생은 초기  1년 간 필수과목들을 이수하며 이후 희망하는 지도교수님을 찾아가 연구실을 배정받는 방식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교수님과 아무 연고도 없고, 딱히 탁월하지 못한 대학원 1년 치 성적표를 들고 (심지어 교수님이 가르치셨던 머신러닝 강의 C- 학점을 받은 열등생) 주뼛주뼛 교수님의 방으로 찾아가 “저를 지도학생으로 받아주십시오.”라는 말을 했어야 했습니다. 

교수님은 방으로 들어와 “컴퓨터 기술을 사람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는 HCI 분야, 특히 인터랙션 디자인을 연구하고 싶어 찾아왔습니다.”라는 제 말 몇 마디만 들으시고선 별다른 질문이나 취조 없이 "그래.” 라고 하셨습니다.

말수가 적으신 편이고, 나중에 알았지만 꽤 Shy 성향의 교수님이셨습니다. 그러나 해야할 말, 필요한 말은 누구보다 분명하게 그리고 유머를 더해 재미있게 던지는 분이셨고, 그 어떤 교수님보다 제자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으셔서 지도학생으로 있던 1년 간 나눈 대화수는 적었지만 마음은 늘 든든하고 따뜻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지도 학생들은, 다가오는 졸업 논문 디펜스를 위해 자신이 정한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매주 연구주제 진척 상황을 각자 교수님께 공유하고 논의하곤 했습니다.


어느날 제 진행 상황을 들으신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시 제 연구 진척이 몇 주 째 지지부진하던 상황이었고 저는 그에 대해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디펜스하는 삶을 살지 말자.”

내가 먼저 한 발 앞서 상황을 리드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눈치를 보고 상황에 끌려가게 되고 방어적인 삶을 살게 된다는 교훈, 그 말씀 한방에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제 행동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구체적으로 기억나진 않습니다.

다만 그 후 시간이 흐르며 취업하고 여러 상황을 겪을 때마다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주체적으로 주도적으로 이끌지 않으면 남에게 끌려갈 뿐 아니라, 방어적 자세를 취하며 변명하는 삶을 살게된다

는 소중한 깨달음과 함께요.


현재 제가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반성할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일을 함에 있어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성향이 ‘Proactive(주도적)’가 된 것만은 확실합니다.



 

나의 상무님 


2011년 3월, 제게 꿈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공대를 나와 IT회사에만 다녔던 제가 광고회사 경력 공채에 덜컥 합격한거죠. 가족도 주변 사람들도 놀랐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이 더 놀랐습니다. 



입사 후 6개월은 정신없이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광고를 만드는게 아니라,  그 전부터 해 오던 비즈니스  IT제품을 기획하는 역할과 일이긴 했으나 일하고 소통하는 방식, 쓰이는 용어나 분위기 (광고회사 특유의 자유로움, 톡톡 튀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제게 너무나 생소했습니다. 그래서 무척 좋으면서도, 왠지 자신감이 떨어지고 위축되어 있던 나날을 보냈습니다. 



저를 채용하신 본부 상무님은 종종 이런 말씀으로 격려하시곤 했습니다. 

“난 네가 내가 가장 아끼는 벤츠라 생각해. 언젠가 너를 타고 멋지게 드라이브해서 원하는 곳에 갈거라 믿어.” 
“지금은 도로 정비가 잘 안되서 너를 집 앞에 세워만 두는 거 같아 안타까워. 하지만 난 네가 나를 아주 좋은 곳에 데려다줄 거라 믿어” 
“더 자신감 넘치게 행동해도 좋아. 넌 그럴 자격이 충분하거든. 겸손하게 굴지마”

‘이 분이 무슨 근거로 나를 신뢰하지? 난 아직 보여준 게 없는데.’ 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를 신뢰했다기보다 왠지 모를 믿음이 있으셔서 그런 말씀을 적극 들려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져가는 모든 제안이나 기획안에 대해

 “‘거부할 수 없는’제안이라 스스로 확신하냐?”

는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제안서란 단지 ‘나는 이런 이유로 이걸 해보겠습니다. 부디 허락해주세요’ 가 아니라,

‘이런 이유로 당신은 이걸 수락할 뿐 아니라 지지할 수 밖에 없어요!’라는 강력한 비전과 전략을 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후 2년의 시간동안 아쉽게도 본부의 신사업 아이템이 큰 성공을 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본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해 성공리에 마쳐, 본부장님이 신사업 조직을 2배 이상으로 키워 추진하실 수 있는데 기여했습니다.

동시에, 저는 커리어 전환을 위해 다른 본부로 이동을 희망하게 되었고, 상무님께 이를 허락과 동시에 도와달라 말씀드렸습니다. 이에 상무님은 

“다른 본부로 가길 원해? 내가 그걸 해주면 넌 나한테 뭐 해줄건데?”

라는 질문을 통해 내가 누군가에게 뭘 받고자 할 땐 나도 뭔가 주는게 있어야 한다는 Give-and-Take (비즈니스 기본 공식)을 일깨워주시기도 했습니다.


 

상사가 직원을 동기부여하거나 격려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저 ‘잘해봐. 넌 할 수 있어’가 아닌, 구체적인 비유나 실감나는 비저닝을 통해 상대방에게 그게 진심이라고 전달되어야 강력한 효력을 발생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내가 아직 무언가를 이루거나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그걸 진심으로 저 자신보다 더 내 가능성을 믿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그게 얼마나 강력한 동기부여로 작용하는지도요. 



 

첫 스타트업 대표님


저는 나름 대기업에서 프로 일잘러, 팀의 에이스로 불리기도 했었습니다. 다니던 회사들에서 특진도 몇 번 했고요. 으쓱.


하지만, 내 역할에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과 실제 비즈니스와 고객에게 가장 임팩트 있는 일을 찾고 제대로 실행해 내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스타트업에 합류해 Product Manager로 일하며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2018년 가을부터 시작된 저의 스타트업 여정은 5년 넘게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데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가장 열렬히 푹 빠져들어 즐겁게 일했고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회사는 첫 스타트업입니다.


그 이유가 뭔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바로 ‘나를 믿어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네가 결국 해낼거라고 믿어.”

회사에서 아마도 저를 유일하게 믿어준 사람은 대표님인데,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굳건한 믿음 덕분에, 끝없이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이 일이 잘 될까?’ 의심하기보단 일단 저지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다른 회사와 인터뷰를 할 때,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이나 조건'을 말해보라는 질문에 저는 망설임 없이 대답하곤 합니다.


결국 해낼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해내는데 필요한 지원(support)”


“회사와 직원 간에 신뢰가 형성되려면 꽤 많은 시간과 경험치로 인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게 쌓이기 전에 직원에게 동기부여하는 방법은 ‘믿음’을 아낌없이 주는거라 생각해요. 물론, 그런 왠지 모를 믿음이 가는 사람을 채용한다는 전제겠지요.”


 

신뢰, 믿음


신뢰 = '경험을 통해 쌓인 특정 행동이나 결과에 대한 기대’
믿음 =  '증거나 경험에 관계없이 어떤 사실이나 사람에 대한 확신

이라 합니다. 


즉, 신뢰는 경험과 근거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것인 반면 믿음은 증거나 경험 없이 사람이 자신만의 직관으로 누군가에게 가지게 되는 일종의 신념이지요.


“나는 너를 믿는다”는 말은 미래의 상대방에 대한 신념적인 확언을 주는거라 생각합니다. 이 신념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칭찬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맺음말


제가 경험한 믿음이란,

누군가 나를 믿어주는 것은 소중한 ‘인연 맺음'이자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선물하다

그래서 저 역시 앞으로 누군가에게 믿음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어떤 근거나 조건 없이 누군가를 믿어준다는 것은, 칭찬과 격려 이상의 힘을 상대에게 준다는 의미입니다. 


살아가며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믿음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믿음을 건넬 대상을 찾고 믿음을 ✨효과적으로 건네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너무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큰 선물임은 분명합니다.





Keep in touch with JB 😃✨

새로운 글을 메일로 받아보세요.

소중한 인연에 감사합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