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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B

머리 vs. 마음 (Feat. 사랑)

‘사랑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는 하지만, 실제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나도 모르게 머리로 먼저 생각하곤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학창시절 많이 좋아했던 친구가 얼마전 꿈에 나왔다.


꿈 속에서 나는 그 친구와 결혼해서 함께 살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 친구는 언젠가부터 마음으로 다른 이성을 좋아하고 있었다. 나는 그걸 알게 되었고 3인칭 관점에서 그 친구와 그 이성의 모습을 하염없이 면밀히 바라봤다. 

꿈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이성을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 분노나 슬픔의 감정에 휩싸이기 보다는, 그 친구의 그런 마음에 스며들었던 것 같다. 응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많이 좋아하는 그 사람이 결혼한 상태인 나에 대해 느끼는 미안함과 죄책감, 깊은 유대감으로 갈등하는 모습에 안타까움도 느껴졌다. 



꿈에서 깨어나,

‘내가 만약 어떤 사람을 진짜 사랑하는데,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경우 나는 실제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해 봤다. 


머리로 생각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 그건 있어선 안될 일이고, 내가 적극 부정해야 하는 일”이다. 내 옆에 누군가 그런 일이 있다고 상담해 온다면 “가차없이 헤어지라”고 마찬가지로 답하겠지. 


그런데, 비록 꿈 속에서지만 그 상황을 직접 경험하니 “내가 어떤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마음의 변화나 갈등, 사랑의 대상을 총체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이해해보려 노력할 것 같다”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랑을 상실한 피해자라는 생각에 젖어 분노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상황을 가능한 들여다보고,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사랑했던 나라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해보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간 머리로서 해 온 내 ‘사랑’의 전제는 

‘서로 쌍방 사랑하고 주고받는’ 사랑이다.


그 전제가 깨어지면 사랑은 끝이고 그만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가슴으로 나 아닌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낀다면, 그 사람이 비록 나에게 에로스적 끌림을 갖지 않는다 해서 그에 대한 내 사랑에 스스로 등 돌려버리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그 사람이 바라고 행복을 느끼는 이상적 그림에서 내가 ‘연인’이나 ‘배우자’로서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혹은 그 사람에게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채 그 곁을 지키게 되더라도, 서로가 그 상태로 함께 하는 것에 진심으로 동의한다면 그 결말도 썩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을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식' 중 하나로 이용해 내가 독점하고 싶은 누군가가 ‘나만 사랑해주는’ 모습으로 규정짓지 않았을까?

사랑을 무엇이라 정의하거나 스스로 믿고 있느냐에 따라 위 상황적 예시에 대해 우리가 선택할 답은 각자 다를 것 같다. 


나는 내가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을 정말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감히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그 존재가 더 행복하게 사는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

그래서, 그 사람이 나를 에로스 관점으로 사랑하지 않(게 되)더라도,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되길 바란다.


 

우리가 현실에서 연인, 부부라 부르는 관계가 정말 사랑일까? 라는 생각도 가끔 해 본다.

사랑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그게 사랑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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